1.이대로라면, 다 같이 죽는다.살고자 하는 마음이 민우의 브레이크를 누른다. 쥐고 있는 핸들은 왼쪽으로 기울어진지 오래다. 마찰음이 민우의 귀를 찢는다. 과열된 엔진 소리보다 높고 빠르다.눈 앞의 모든 것이 한쪽으로 쏠린다. 같은 방향으로 무섭게 기우는 몸을 견딘다. 숨을 내쉬는 틈에 몸이 쪼그라들까 무섭다. 민우의 눈에 핏발이 선다. 악 문 어금니가 틈...
1.하지 말라는 건 대부분 했고, 하라는 건 절대로 안 했다. 학교에서는 웃었고 집에서는 웃겼다. 공부를 못하진 않았지만 잘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너무’는 사랑받지 못하니까.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렇게 대답했다. “고마워.”정말이다. 고백에 눈물로 대답했다. 하지만 사랑에 성공했다는 성취는 아주 잠깐이다. 떠날까 두려워해야 한다. 보이지 않아 의...
0. “그러니까, 그런거지.”선호의 주먹에 턱을 괴고 있던 동완이 눈을 굴린다. “맨날 가지고 오다가 하루 쯤 안 가지고 나온거야.”중요하지 않더라도, 선호의 말은 늘 재밌다. 저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가진 것같다. “그럼 허전해. 심심하고. 할 것도 없고.” “그리고?”동완의 턱이 들썩인다. 답하듯 주먹을 몇 번 강하게 움켜 쥔 선호가 말을 잇는다. ...
1.산골 동네 응급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혜성은 충재의 감은 눈을 보고, 정혁은 걱정이 눈물로 배어 나온 혜성의 눈을 쳐다본다. 사실 자는 얼굴을 조금 보다 말았다.자는 얼굴은 무섭다. 특유의 숨소리가 평온함을 가장한다. 보는 사람은 약간 높은 그 체온에 속아서 제 부끄러움을 캐낸다.혜성도 지금 마찬가지일테다. 혜성이 초조하게 튕기던 손톱을 물자, 정혁이...
핸들이 본능적으로 꺾인다. 관성을 이기지 못한 선호의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열린 창틈으로 탄내가 들어온다. 선호를 태운 차는 화살처럼 목표를 추격한다. 그 뒤로는 새카만 흉터가 기다랗게 찍혀있다. [선호야 괜찮아?]의식은 뚜렷한데, 정신은 아득하다. 크게 떠진 눈 아래로 검푸른 그늘이 짙다. 머리 속은 와글와글한데,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다. 흘러가는...
1. “가지고 왔어?” “네.”충재가 책상 위로 손바닥만 한 종이를 올려놓는다. 모니터 위로 눈을 굴리던 혜성이 더듬더듬 손을 뻗는다. 알이 큰 손톱 끝에 눅눅한 종이가 걸려든다. 손끝의 종이를 눈앞으로 끌어들인 혜성이 다시 눈을 굴린다. 충재는 혜성을 가만히 보기만 한다.요 며칠 충재는 자꾸만 꿈을 꿨다. 꿈속에서 충재는 혜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유료분의 내용은 카페 60seconds에서 가입 후 무료로 열람 가능합니다.http://m.cafe.daum.net/60secondsericjunjin 1. “요원님.”얼굴에 씌인 복면 때문에, 어둠마저 차단당한 남자가 진을 부른다. “옷을 얇게 입으셨나봐요.”두 사람을 연결하는 수갑이 아주 엷게 떨린다. 남자의 말에 진이 발끝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놓친다....
1.정혁은 점점 혼자 남겨지는 날이 많아졌다. 타의가 만든 잉여로움 사이로 일상이 끼어들었다. 무거워진 시간을, 정혁은 버리지도 못하고 쥐고 있었다.퇴근이 임박하면, 정혁은 옆자리에 앉은 혜성에게 말을 붙였다. 신선생님, 오늘 한잔하실래요. 혜성은 언제나 아뇨 선약이 있어서, 그리곤 다시 제 일을 했다. 혜성의 말은 진실이기도, 아니기도 했다.정혁은 글자 ...
1.혜성은 얇은 유릿장같은 남자였다.유릿장이라 속이 잘 들여다 보이는 것은 물론, 티끌도 태가 잘 나지 않았다. 흠집인가 의심할라치면 유리 너머로 투영되는 온갖 것들이 정혁의 눈을 어지럽혔다. 신혜성의 취향, 상황, 주변 사람들, 그리고 아주 종종은 도를 넘은 제 마음이 유리에 손자국을 찍었다. 손이 댈만큼 뜨겁다가도, 살점이 베일만큼 차가워 지는 것을 반...
1.하늘이 구깃하다. 대로변으로 난 쇼윈도 앞에 한참이나 앉아있던 앤디가 이제야 보풀이 일어난 하늘을 발견한다. 입가에 한 줄 주름이 생기자, 무릎 위를 구르던 손가락이 더 빨라진다. 셔츠 아래에 가려져 있던 시계는 한시, 하고도 한 바퀴를 거진 다 돌았다. 진한 커피로 가득 찼던 유리컵도 반이 넘게 비었다. 입가의 주름이 깊어진다. 앤디는 참는 것에는 익...
1.수업을 하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기분도 몸도 마이너스 무한대로 향하는 날. 그런 날은 학생을 앞에 놓고도 허공에 날아다니는 먼지를 보느라 말이 꼬인다. 선생 맘도 모르는 야속한 학생들은 선생의 집중력이 흩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날이 분명히 있다. 선생이 그러면 어떡하냐니. 여러분 마음 속에도 멍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여하간 혜성에게는 오늘이...
1.편지를 썼다. 한 장이 조금 안 되는 이 편지를 쓰면서, 충재는 백 번이 넘는 지우개질을 했다. 어떤 부분은 종이가 눌어붙어 연필심이 배어들지 못했다.편지의 내용은 매우 진부했다. 신혜성 강사님께, 로 시작해서 당신은 비록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대단하여 수업 중에 당신이 손톱으로 칠판을 톡톡 튀기는 소리도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다, 그러니 ...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