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신화대 나왔댔지.” “엉.”글라스를 채운 혜성이 담배를 든다.습. 하. 이제 막 붙어 생연기가 난다. 물긴 오른쪽으로 물었는데, 연기는 왼쪽으로 올라온다. 왼손을 짤랑짤랑 털자 팔목에 묶여있는 은 체인이 몸을 떤다.내던져진 라이터에는 클럽 데스티니. “그럼 알 수도 있겠다.” “무슨 관데.” “경상? 모르겠네. 면세점 다니면 무슨 과지?”혜성이 다시 ...
EX - MIND / 신혜성, 스내키 챈 1.대학을 갔고, 졸업을 했고, 취업을 했다. 배신을 당했고, 아무도 없었고, 미움을 받았다.인생의 고난마다 선택지가 없는 사람처럼 사랑을 했다. 끓어오른 고난의 거품을 섹스로 걷어내고 짧은 황홀을 억지로 늘여 빈 곳을 채웠다.이 이야기를 들은 혜성은 비난도 없이, 나의 억지에 이름을 붙여줬다. “도취적 합일.” “...
1. “동완아.”숟가락을 쪽 빨던 동완이 충재를 돌아다본다. 동완이 보던 곳에는 물을 뜨러 간 민우가 서 있다. “너 민우 좋아하지.” “뭐?!”대번에 반응이 온다. 동완의 잔뜩 구겨진 눈썹을 보던 충재가 밥버거 껍질을 벗긴다. 제 이마팍으로 쏟아지는 동완의 시선이 따갑다. “야.”말로는 긍정도 부정도 않더니, 얼굴은 보물선이라도 들킨 사람이다. “어떻게 ...
0.그리고 혜성은 사라졌다.1.혜성은 정말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른 아침 진료를 왔던 의사는 태감에게로, 태감은 이제 막 뜨는 해를 머리 위에 두고 동완에게로 달려갔다.동완이 벗은 발로 정원을 질주한다. 별채 복도에 흙발이 줄줄이 찍힌다. 문 앞에 선 태감의 어깨를 젖히자, 열린 방문 안이 한눈에 훤하다. “도련님.”진이가 개켰을 옷이 옷장 앞에 가지런하...
1. “왜 테이블이야!” “뭐?!!” “왜 테이블이냐고!!”베이스가 발바닥을 울린다. 파랗고 빨간 조명이 진의 얼굴을 훑는다. “뭐?!!”사실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얼굴이다. 혜성은 발바닥이 간지러워서, 묻기를 그만두기로 한다.밖은 아직도 으슬으슬한 초봄인데, 안은 덥다못해 땀이 맺힌다. 아이스바스킷에서 버드와이저를 하나 골라 든 혜성이 엉덩이를 붙인다....
1.약속대로 삼겹살에 공깃밥까지 배부르게 먹은 두 사람이 달 아래를 걷는다. 끈적한 공기가 자꾸만 들러붙는다. 민우는 얇은 반팔도 거추장스러워 짧은 소매를 돌돌 올려 말았다. “안 더워요?”민우가 옆에서 휘적휘적 걷는 진을 곁눈질한다. “더워.” “반팔 입지.”진이 대답 없이 담배를 문다. “소매라도 걷던가.” “됐어.” 습, 하, 뭉게뭉게 연기가 뭉친다....
1.여름이 지나간다. 하늘 아래에 있는 것들을 벌주던 열기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흔적이라도 잡고 싶어 하늘을 보면, 미적지근한 바람이 눈을 훑는다.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반쯤 비어있는 이 계절에도 혜성의 집은 여전하다.혜성이 퇴근할 쯤이면 집안에 불이 켜진다. 그의 벗어 둔 신발 옆에는 조금 더 작거나 큰 신발이 놓인다. 가까우면 콜드플레이, 멀면...
1.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난다. 몇 초 후에 닥칠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 준비태세를 취한다.몸이 붕 뜬다. 막연히 닿지 못한 뱃속이 간지럽다. 디즈니랜드에서 탔던 놀이기구보다는, 열아홉 살에 처음 알았던 오르가즘에 가까운 아드레날린이다.고개가 꺾인다. 목뼈가 뒤틀린다. 벌어진 입으로는 비명도 지를 수 없다. 머리칼이 관자놀이를 흐른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1.운동회가 끝나고, 산더미같이 남은 잔해에서 물풍선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그 보물같은 물풍선을 손 안에 그득하게 쥐고 집으로 달린 적은?2.빈 복도에 구둣굽이 울린다. 발 끝을 약간 끌듯이 움직이던 걸음이 B반의 창 앞에서 멈춘다. 걸음의 주인은, 제 발이 멈춘 이유를 모르는 눈치다.잠깐 창 안을 들여다본다. 담임으로서다. 앞부터 뒤까지 반을 훑는다. ...
1. 총소리의 종착역은 혜성의 옆구리였다. 언제나처럼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하얀 셔츠와 아이보리 조끼에서는 흙냄새가 풍겼고 그 끝자락에서는 핏물이 고여 떨어지고 있었다. 숨 대신 신음을 삼키는 혜성을 뒷좌석에 눕힌 동완이 좌석 한 구석에 있던 검은 잉크를 찾아내어 혜성의 피가 엉긴 곳에 흩뿌린다. 정신 없이 움직이던 동완이 운전석에 앉아 숨을 돌리자 혜성이...
https://youtu.be/DeumyOzKqgI 1.아직 다 타지 못한 것들이 재가 되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는 불꽃과 마주칠 때마다 자존심 싸움을 한다. 불쾌하게 타는 기름 냄새가 코를 괴롭힌다. 불놀이도 아니고, 현장 검시도 아닌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민우와 선호가 등 뒤에서 들리는 싸이렌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선호야!”동완이다. “이민...
1.인간은 나약하다.특히 사랑 앞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사랑에 수반되는 고통을 예상하며 겁을 먹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목을 잡혀 심장 한 쪽이 썰린채 피를 흘리기도 한다. 의식하던, 하지않던, 누구나 그 고통의 계단을 순서대로 쌓아올린다. 다만 그 임계점만은 다르다.두 사람이 처음부터 같은 고통점을 가지는 것은 매우 희박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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