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가.훅, 앞머리를 불어 넘긴 민우가 엄지로 나머지 손끝을 살살 쓴다. 백 덤블링 돌기 전에나 나오는 습관이다. 쉽게 말해서.그래,이민우 긴장했다 이거다.그러니까 대체 어쩌다가 나냐면.분명 에퉤퉤 선호가 하기! 하고 냅다 소리는 질렀었는데, 그러고 나서 선호 얼굴이 영 곤죽이었던거다. 우리한테 소리지르는 똥배짱에 반의 반만 김동완한테 부려도 속눈썹...
0. 솔직함 보다 직선인 위선이 있다. 1. “찍기로 했어.” “뭘?”한 손에 칼을 들고 박스를 죽죽 긋던 필교가 손을 멈춘다. 혜성은 정말로 뭘 찍기로 한건지 알 수가 없다. 뭔데 시험을? 사람을? 아님 뭐? “영화.”아. 영화.이 대목에 들어 서면 이민우가 했던 말이 혜성의 조그만 머리통을 쩡!하고 얼려버린다. 영화는 혼자 못 찍는다. 그래서 차가운 매...
“너 이거 버릇이야.”뭐래. “어쭈. 형을 그렇게 야려?”힘껏 더 야려주려는데, 뱃가죽 아래에서 위장이 요동친다. 시윤이 다시 두 손으로 전봇대를 부여 잡는다. “죽을 때까지 마시는 거 진짜 고쳐야 돼 너.” “등이나 두드려.”머리 위에서 헛,참,새끼가,쯧. 온갖 감탄사가 늘어진다. 고개를 쳐박고 있자니 피가 머리로 쏠린다. 가만히나 있으면 좋을 걸, 피는...
1.평범했다. 필교와 혜성은 비슷한 구석과 기별난 구석이 반반쯤이었다. 제법 잘 맞는 여자 친구를 만날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필교도 혜성에게 그렇게 말했다. “비슷해요.”남자를 만나면 만났지 사귀는 건 처음인 혜성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섹스는 아주 달라서, 적응하기까지 애를 먹었다.한 번은 키스와 함께 길고 긴 페팅을 한 필교가 이렇게 물었다...
1.연영과란다. “지영이랑 동기에요. 근데 빠른이에요.” “그래도 나랑 애들이랑은 그냥 친구하기로 했어.” “맞아요. 지영이랑 애들이랑은 학교 들어간 나이로 합의 봤어요.”내 옆에 붙어서 조잘거리기를 잘 하는 지영이와 동기라는 이 남자애는, 자신을 “이야기 많이 들으셨죠?”라고 소개했다.이름은 정필교랬다.2.정필교는 항상 지영이와 함께였다. 내가 없는 밥약...
0.혜성은 정혁의 충재의 민우의 그리고 수많은 아무개들의 귓가에 사랑이 아닌, 누구나 아는 비밀을 속삭였다.1. “으그..”선호가 혜성의 아우디 뒤에 바싹 차를 댄다. 혜성은 곧 죽어도 외제차를 사야겠다며 씩씩 콧김을 불었었다. 사실 콧김은 작년 장마 전에 불었는데 산 건 일주일 전이다. 사기 전에는 아우디 없어서 심장도 안 뛰는 사람처럼 굴더니, 사고 나...
1.여름은 금방 시들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윤기 없는 꼬리는 바싹 말라 비틀어졌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아서, 금방 숨찬바람이 불었다.매년 상상의 존재같은 수능 날도 목 아래로 닥쳤다. 요란하게 짐을 싼 재수생들은 마지막 조회 후 비장하게 교실 문을 나섰다. 등마다 붙은 긴장감이 눈에 새록새록 보였다. 긴장은 공기로 전염되는 건지, 숨이라도 잘못 ...
1.아무의 시선이 아무에게나 달라붙는다.바쁘다면 바쁘고 아니라면 아닌 곳이다. 항상 스피커가 찢어질 듯이 재즈 음악을 내뱉는다. 사람들은 음악 속에 숨어서 제각의 이야기를 떠든다. 그러다 걸어 놓은 LP가 다 해서 잠시 소리가 멈추면, 약속한 것처럼 침묵한다.음악이 멈출 때면 사람들은 시선과 시선 사이를 걷기가 힘들어서, 결국 제 몸 숨기기를 포기한다.하지...
1.비가 온다. 심장이 서툴게 뛰는 소리가 빗소리를 타고 튄다. 귀가 시끄러울 정도다. 태어난 이래로 지금까지, 쉰 적도 없이 뛴 놈인데 비만 오면 서툴어진다. 이상스럽다.핸드폰 액정이 번쩍일 때마다 눈이 간다. 쨍한 날이면 흘려보낼 알람들이 거추장스럽다. 비가 오는 날은 특별히 그렇다.손가락 틈으로 머릿발을 흩트린 민우가 시계를 본다. 테이블 끝을 손으로...
0.남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1.뻐근하다.알알이 열기를 매단 습기가 뻑뻑한 관절에 곰팡칠을 한다. 교무실 에어컨 앞에서 티셔츠를 훌렁 벗어낸 정혁이 캐비닛으로 가려다 말고 셔츠에 코를 박는다. “신혜성 이런 냄새가 나는 구나.”처음이자 마지막 숙박이었다.셔츠 단추를 대충 채운 정혁이 의자에 널부러진다. 마지막 단추를 채울까 말까 고민하는데, 키스해...
1.아까부터 깨어있었다. 언제부터냐고 물어도 시간은 답 못한다. 파란 빛이 하얗게 타던 순간이었다.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색을 가만 세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접었다. 흘려보낸 게 색인지 시간인지 알 길이 없어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2.인기척이 집을 깨운다. 곳곳에 숨어있던 그림자가 후다닥 몸을 숨긴다. 정혁의 신발은 아직도 현관에. 윷놀이 하듯 앞뒤로 뒤집...
1.문이 열린다. 세상에서 제일 비밀스런 공간인듯, 소리도 없이.좁은 현관으로 아이보리 색 드라이빙 슈즈가 사뿐히 들어온다. 바로 이어서 낡은 조던 슬리퍼가 불규칙하게 현관 바닥을 때린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뒷축이 납작하게 접힌 드라이빙 슈즈가 내팽겨치듯 벗겨진다. 그리고 이어서 남은 한 쪽도 간댕간댕 곧 떨어지려는데. “선생님.”돌아보지도 못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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